2021년이 마지막 포스팅이었다가 2023년 말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 블로그는 내가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는 목적이었는데 여기에 적을만한 일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내가 트랜지션이 진행되면서 “트랜스젠더”로서 겪을 일은 관공서나 병원처럼 신분을 드러내야 할 때를 제외하면 없다는 이야기다.

그 새 나이는 30대가 되어버렸고, 직장에선 팀장을 달고 이젠 이름이 헷갈릴 정도의 팀원들을 이끌고 있다.
운영하던 마스토돈 서버도 옆 서비스가 이상한 상황이 되어서 말도 안 되게 큰 빅 웨이브들을 몇 번 겪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있었고 이상한 일도 많았고 힘들었지만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웠다. 몇몇 모여서 연말파티까지 했다.

어쨌든간에 나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성소수자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이 서버엔 꽤 유명한 공식 계정들도 한둘 존재하게 되었다. 직장에선 팀장으로서 무게, 집에서는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무게, 온라인에선 이 커뮤니티를 이끌어야 하는 무게가 3중으로 오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힘은 많이 든다. 힘이라는 건 체력적, 정신적 모두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30대의 나는 짊어져야 할 무게가 많아졌고, 트랜스젠더로서의 나는 뭐가 변했나
여전히 병원에 다니는 게 번거롭다. 대한민국에서 트랜스젠더는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지만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는 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 외에는 레이저 제모를 받아봤다. 흔히 호르몬치료를 하면 체모도 없어지고 가슴도 커지고 목소리도 변하고 마법처럼 변할 것 같지만 정신적인 변화가 꽤 클 뿐 신체적인 변화는 아주 느릿느릿, 천천히 찾아오면서 한계도 명확하다. 체모 역시 호르몬 이외에 다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예전에 목소리 수술을 받은 이후에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원래 낼 수 있던 고음도 안 나와서 죽고 싶은 마음이 너무 자주 들었지만 그건 이제 적응이 됐다. 노래방에 가서 어?? 하고 놀랐을 정도니까.
반면에 레이저 제모는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가격이고 효과는 바로 온다. 다만 한 번에 끝나지는 않고 여러 번에 걸쳐 엄청나게 아픈 레이저를 맞아야 하지만 회복기간도 따로 없고 불편한 것도 없다. 가성비 최고!

이쪽 그룹에 속해 있으면 슬픈 일들도 은근히 자주 있다. 굳이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지만,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건 어렸을 때 오히려 별 느낌이 없다가 요즘에 와서 훨씬 힘들게 다가온다. 어렸을 땐 슬픔을 느낄만큼 친해질 시간도 없었던 건가?

아무튼 30대가 되었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나는 이걸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30대가 되었지만, 혹시나 두려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고 싶다.
다만, 몸은 20대 중반 이후로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하니 꾸준한 운동 같은 몸관리는 하라고 해주고 싶다. 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꾸준함이 중요하다. 노인이 되면 하루만 산책을 안 나가도 근손실이 오다가 걷지도 못하게 된다던데 그게 어떤 느낌인지 대충 알 것 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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