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점점 더 미쳐가는 것 같다. 원래부터 정신에 문제가 있던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가 될 줄은 몰랐다.

원래부터 알고 있던 정신적 문제는 우울증 + 트젠이기 때문에 받는 정신적 고통 뿐이었는데 우울증도 심해졌고 다른 병들도 생기는 것 같다.

우울증은 점점 더 심해져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병원에 혼자 가는 건 원래부터 불가능해서 제대로 된 치료도 못 하고 있었고 학교에 가는 것도 나를 이끌만 한 이유가 없으면 거의 못 가게 되었다. 저번 주에는 학교에 가서 문서를 좀 쓰려고 했는데 점심을 먹고나서 급격하게 우울해지고 자살하고 싶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옆에 랩원이 있어서 같이 햇빛을 좀 쐬다가 영 안 되겠다 싶어서 부축을 받고 집에 오기는 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한 게 보였는지 같이 병원에 가자는 말도 들었다. 나로서는 굉장히 다행인 일이다.

우울증 말고도 기억상실이 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해리성 인격장애일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하진 않으니 그냥 내가 느낀 부분만 적어 놓고 나중에 참고라도 하려고 여기에 남기고 싶다.
데자뷰 현상이야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 기억에서도 나타나니 패스하고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연속적이지가 않다. 술을 먹고 필름이 끊겨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게 이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분명 집에 온 기억은 없는데 집에 와 있다거나 집에 온 기억은 있는데 잠들기 전까지의 기억이 없다든가 그런 식이다. 내 상태를 보면 옷도 분명히 벗었고 화장도 지웠는데 기억이 없다.

가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그렇다. 분명 내가 한 행동이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행동을 한 기억조차 존재하질 않고 내가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단체로 짜고 날 놀리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말해줬던 그 상황 자체가 있지도 않았는데 가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걸까? 뭐가 맞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며칠 전엔 자다가 일어나서 천장을 보고 있었는데 옆에 누워서 자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눈을 찡그리기에 이상한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그 사람이 눈을 왜 찡그리나 싶었는데 아침이라서 형광등이 켜지고 눈이 부셔서 그런 거였다. 그 순간부터 이상함을 느꼈는데 그 사람은 옆으로 누워 있는데 천장을 보고 있던 나는 왜 괜찮은가, 형광등이 켜진 건 분명 알람일텐데 왜 음악은 안 들리는가, 애초에 나는 혼자 살텐데 옆에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눈을 찡그리고 있던 건 나였고 나는 옆으로 누워 있었다. 왜 난 몸에서 벗어난 채로 존재하고 있던 건지 모르겠다. 유체이탈이거나 미쳤거나 제정신이 아니거나 아무튼 그런 거겠지.

내가 고장난 건 확실한 것 같다. 휴학하고 좀 쉬고 싶다. 하지만 쉬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같이 지낼 사람도 없고 혼자 있으면 결국엔 또 우울해지니까.

Freneza
Mad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