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장실도 갈 정도로 어느 정도 패싱이 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트젠으로 정체화를 한 후에 연애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늘 하는 말이지만 남자도 여자도 아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아직 수술은 안 했으니 아예 여자로서 연애 상대를 찾는 건 힘들고 반대로 남자처럼 하고 다니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될 것 같기는 한데 이미 선을 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오늘 느꼈다.

나는 HRT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신체적으로는 중간 어딘가가 아니라 태어났을 때의 그 몸 그 자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자화장실은 쉽게 가는데 비해 오늘 남자옷을 입고 나갔는데도 남자화장실에 가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예전처럼 일부러 사람이 제일 없을 만한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는데도 손을 씻다가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 사람은 소변기 앞에서 일을 보는가 싶었는데 내가 나갈 때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화장실을 잘못 들어온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고 스스로도 꿈에서 자주 느낀 그 기분이 들어서 얼른 빠져나왔다. 그리고 하루종일 화장실에 못 갔다.

주변에서 자꾸 연애 얘기를 하지만 나는 나에게 호감을 갖는 남자도 여자도 보이지 않고 물리적인 주변에 있는 트랜스젠더는 나 말고 보이지도 않는다. 남자들 사이에 끼어 노는 건 쉽지만 불편하고 여자들 사이에 끼는 건 요새 며칠 동안 꽤 들어 간 것 같은데 아직 몇 발자국 전이다. 요새는 밥도 혼자 먹게 되고 모든 걸 다 혼자 하게 된다. 매일같이 드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면 다 끝나고 좋지 않을까?

병원도 가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지 갈 의지마저 잃어버렸다. 내일의 나에게 미루고 또 나중의 나에게 미뤄버린다. 그러다가 미룰 수 없을 때가 오기 전에는 어떻게든 되겠지, 죽든가 어떻게든 하겠지.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과 함께 조용히 별을 보고 싶다.

La knabo estas tre knabino.
The boy is very 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