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 방에 굴러다니는 내 속옷을 보고 놀란다. 거울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아무튼 나 자신이 익숙하지가 않다.

내가 단순한 MtF가 아니라 젠더플루이드라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 아직 신체의 성별에 남들보다 더 신경쓰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분명 내가 어제 벗어놓은 옷들인데 왜 남자 옷, 여자 옷 두 명 분이 바닥에 널려 있나 싶기도 하고 거울은 볼 때마다 익숙하지도 않고 내 모습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비치는 것 같고 며칠 전에 누워있다가 거울을 봤을 때는 정말로 싫어하는 스타일의 모르는 사람이 쳐다보고 있어서 죽고 싶어 지기도 했다. 친구가 내 앞에서 옷을 갈아 입거나 개인적인 얘기를 할 때도 나 혼자 놀라는데 “여자끼리 뭐 어때”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아 그랬나? 하게 된다.

반대로 밖에 나가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면 별 생각이 없어진다. 음식점 주인이 갑자기 성별을 헷갈렸다고 굳이 말하면 당연하게 화가 나고, 길거리에서 화장품 어쩌고 하는 호객행위를 당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성별을 구분 할 필요가 없는 곳만 다녔던 어제까지는 그렇게 평범하게 여자로 살아왔다.

어제는 사람들을 만나 좀 다른 곳에 갔다. 예상도 못 했는데 남성과 여성 요금을 따로 받더라. 조금 대충 꾸미고 옷도 대충 입기는 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남성 요금을 받은 거에 혼자 화가 났다. 즐겁게 놀려고 간 거라 따지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기분이 나빴고 화장실도 그냥 남자화장실을 갔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기는 했지만 그게 내가 상관 할 일인가? 나도 술 마셨으면 남는 수분은 빼야지.

기분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원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도 너무 거슬렸다. 남자직원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여자직원 하나가 자꾸 그렇게 나를 흘겨 봤다. 기분이 굉장히 나빴고 내가 녹아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나가는 날마다 왜 나는 매일 이렇게 그렇게 고민하고 고생하고 신경쓰며 살아야 하나 스트레스를 받고 이럴 거면 뭐하러 사나 싶다. 나부터가 나에 대해 익숙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듯이 대하게 되는데 사는 게 사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지금 당장 삶이 멈췄으면 좋겠다.

Mi malgracia pri mi (eo)
I awkward about me (en)
나는 내가 어색해 (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