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뒤로 쉽게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출생지, 인종처럼 절대 바뀔 수 없는 사실들을 제외해도 꽤 많이 있다. 가정 형편, 이름, 성별, 국적 등이 있다. 성 정체성(+지향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거라 바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바뀌는 시점이 있기 때문에 나는 성 정체성은 바뀔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어렸을 적엔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그 성별이 맞다고 생각했고, 비-헤테로섹슈얼들이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는 Born to be LGBT라 할지라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살면서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름도 개명 신청을 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고 성별도 정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출생지, 출생일과 같은 _바꿀 수 없는 사실_을 제외하고는 출생증명서에 있는 모든 법적 개인정보는 수정이 가능하다. 사람의 실수로 잘못 등록이 된 경우도 있고, 살면서 실제로 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성 지향성은 나라에서 관리하는 서류에 나타나지 않지만 페이스북 등에서 얼마든지 바꿔 등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름도 예전엔 바꿀 수 없는 항목이었지만 너무 자주 바꾸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도록 된 사이트들이 많이 있다.

바꿀 수 없는 것들로는 사이트의 로그인 아이디 같은 것이 있다. 닉네임, 암호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로그인에 쓰는 아이디 같은 건 일부 예외1를 제외하고는 거의 하지 못한다. 예전엔 아이디가 곧 닉네임이었지만 요즘은 아이디를 바꿀 수 없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에 아이디를 숨기고 닉네임을 따로 설정할 수 있어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반대로 외부에 노출이 되면서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 Permalink인데 페이스북과 구글+의 경우 자신의 프로필에 대한 고유 링크를 아이디와 별개로 자신이 정할 수 있지만 다시는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다. 이름부터가 Permalink2니까.

내 경우엔 페이스북 계정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내가 원래부터 쓰는 로그인네임이고 하나는 계정을 만들 때 봤던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하나의 이름이다. 이건 별 상관이 없는데 구글플러스의 경우 google.com/+myName 같은 URL을 만들 수 있게 된 게 서비스 오픈 후 시간이 한참 지난 시기였고 다들 자신의 이름에 해당하는 URL을 얻기 위해 먼저 신청하려고 난리가 났었다. 난 결국 내 이름 그대로 쓰지는 못하고 한글이름 뒤에 숫자를 붙여 쓰게 되었는데 많이 후회가 된다.

한글로 된 URL은 주소창에 치기도 까다롭고 외국인의 경우엔 아예 읽고 입력할 수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하필 본명으로 해버렸는데 나는 그때 내 이름이 절대 바뀔 일이 없다고 생각했나보다. 이름 같은 정보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생각 못 하던 어리석은 시절의 나 때문에 지금의 나는 내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픈 그 이름을 달고 다니게 됐다. 그래서 지금 구글 계정에 설정 된 이름과 URL에 뜨는 내 이름(으로 보이는 그것)에 차이가 생겨버렸고 신분증 검사를 당할 때 그 싫은 느낌3을 거기서도 느끼게 된다.

Neŝanĝebla (eo)
Unchangeable (en)

  1. 트위터의 경우 로그인 아이디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2. Permanant link. 

  3. 신분증 검사가 싫은 이유는 내 모습과 신분증의 모습이 완전 달라서다. 본인이 맞는지 확인을 받는 과정인데 내 모습과 다른 정보들이 거기에 적혀 있으니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훔친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이 몇 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