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이상한 꿈을 꿨다. 꿈으로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둥 하는 말들은 믿거나 말거나지만 최소한 내가 요즘 어떤 심리상태였는지를 반영해주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걸 해석하지 못해서 문제지. 여담으로 보통 심리적으로 힘들거나 하면 야한 꿈을 자주 꾼다고 한다.

내가 꾼 꿈을 생각나는대로 적어 볼텐데 꿈은 워낙 이리저리 섞여있고 스토리에 연계성이 없으므로 아마 많이 혼란스러울 거다. 그래도 어디 다른 곳에 적을 곳이 없으니 이 일기장에 적는다.

오늘 꾼 꿈은 첫 부분은 별 거 없었고 갑자기 전교생이 단체로 장애물 코스를 타기 시작했다. 꿈 안에서는 방탈출이라고 하던데 아무리 봐도 운동장 크기에 밀실도 아니고 그냥 딱 장애물 코스였다. 중간에 앞사람이 멈춰버려서 가만히 기다리기도 하고 평범한 중학교 수련회 같은 느낌.

코스 중간부터는 앞사람을 제치고 갈 수 있는 듯 했는데 난 꿈에서 신체능력이 좋은 편이라 “바닥에 장애물이 있으면 바닥을 안 밟으면 되잖아?” 하는 식으로 쭉 통과해서 도착지까지 바로 가버렸다. 시간을 때우라는 건지 무료 게임시설이 조금 있는 방이었다.

매니저(여자였다)가 와서 1등으로 통과를 했으니 번호를 얻어가겠다고 했다. 나는 잘 입력한 것 같은데 화면을 확인해 보면 하트, 별 같은 특수기호만 입력 돼 있기를 반복해서 그냥 불러 줄테니 대신 입력해달라 했는데 나는 당연히 스마트폰인 줄 알았던 그 핸드폰이 피처폰이었고 그 사람은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듣고 놀라는 듯 했다. 터치가 되는 스마트폰 + 010이 아직 덜 쓰이는 시기라니 대체 언제로 점프해서 꿈을 꾼 걸까?

그 뒤로 밝혀진(아마 뉴스 같은 게 눈 앞에 보였다) 얘기로는 그 여자가 굉장히 유명한 사기꾼이고 자기는 실력이 없으면서 방탈출(장애물코스…) 마스터들의 번호를 얻어 가는 걸로 유명했다더라(그게 불법인가보다). 그 뒤로는 건물 사이를 도망다니고 엄청 커다란 외계 기계들에 평화롭게 쫒기는 평범한 꿈이었고 이건 패스.

아까 장애물코스를 했던 게 아마 무슨 학교 운동장인 듯 했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엄청 많았는데 나는 그 학교의 선생님인 듯 했고 아무튼 난 장애물코스 1등인 이상한 신체의 소유자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담을 뛰어 넘으면서 학교를 나가는데 학생들 반응이 대단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이랑 같이 병원에 가야 했다.

엄마가 잠시 통화를 하는 동안 난 그냥 자동차가 못 지나가게 막는 바리케이드를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놀았는데 현실과 마찬가지로 경비가 뛰어오면서 제지했다. 나는 내가 어떻게 놀든 무슨 상관이냐며 가운데 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었고 엄마는 “어린 애가 그렇게 노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따졌다. 나 방금 전까지 학교 선생이었을텐데..? 나는 주머니에 있던 발리송을 꺼내 위협했고 경비가 무전으로 경찰을 부르려는 듯 해서 그냥 병원으로 갔다.

병원은 정신치료인지 심리치료인지 아무튼 그런 곳인 것 같았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어떤 아저씨가 부인이랑 같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듯 했는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같이 째려 봐줬다.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보다가도 상대가 똑같이 해 주면 눈을 못 맞추는데 이 아저씨는 그러지 않고 핸드폰을 내밀면서 나에게 번호를 달라고 했다. 짜증나기도 했지만 또 피처폰이었다. 여긴 어느 시대지? 아무튼 그 아저씨의 음흉한 의도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 또 발리송을 꺼내들고 빨리 눈 앞에서 꺼지라고 내쫓았다.

내쫓아버리니 다른 아저씨가 또 나를 쳐다봤다. 너무 화가 나서 “뭐야? 너도 번호 달라고?” 하며 외쳤더니 내 말의 의도를 이해 못 했는지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서 나에게 건냈다. 그냥 다 쫒아내버렸고 나는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인턴 둘에게 이 일을 털어놓았다. 이 사람들과는 말이 잘 통했는데 몇 마디만 하면 목이 아팠다. 그리고 이 때까지도 난 심리치료인지 정신치료인지 그런 류의 병원 대기실이라 생각했다.

내 차례가 돼서 진료실에 들어갔다. 아까 대기실에서 여자 의사 어쩌구 말이 많더니 담당 의사가 여자였다. 장애물코스 매니저도 그렇고 여자가 직업을 가지면 부정적으로 보는 시대였나보다. 그리고 정신과가 아니라 치과였다. 바로 날 눕히고 일단 구멍부터 뚫자고 했다. 간호사는 내 윗니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는데 숨을 쉴 시간을 아예 주지 않았다. 나는 숨을 못 쉬겠다는 의미로 내 가슴을 치며 파닥거렸는데도 평범하게 “그냥 참으세요” 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계속 숨을 참다가 내가 실제로도 숨을 참고 있었는지 거칠게 숨을 쉬며 잠에서 깨어났다.

요약하자면 일단 학교 꿈이 나왔고 학생들의 관심을 받았다. 여자 매니저를 포함해서 자꾸 수상한 사람들이 내 전화번호를 가져가려고 찝적거렸다. 경비원을 포함해서 나는 너무 짜증이 났고 발리송으로 모두를 내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하려고 했다.

학교 꿈은 아마 저녁에 약속 때문에 집에서 나가는데 보기 싫은 과 동기를 만나서일거고 수상한 사람들이 찝적대며 내가 발리송으로 그들을 쫓아내는 건 내가 약속 때문에 만나러 갔던 그 동네가 유독히 폰팔이들이 예쁜 사람만 보면 반강제적으로 자기들 가게로 끌고가려 하는 그 환경 때문이었을 거다. 한 번은 진짜로 짜증나서 내가 위협하며 쫒아내버린 적도 있고. 그 이후로는 폰팔이들이 거리에 잘 안 보이는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뭐 때문에 터치가 되는 스마트폰 + 010이 잘 쓰이지 않던 시절 + 가발공장 + 여자가 직업을 가지는 것 자체가 이상한 사회라는 이상한 배경이었을까?

Sonĝi (eo)
Dream (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