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웹서핑을 하다가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Drako ĉemizo
트랜스젠더를 위한 상징적인 그림이 들어 간 티셔츠지만 정작 그 사이트에선 티셔츠를 주문할 때 Male과 Female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1이 재밌어서 트위터에 올렸더니 반응이 좀 있었다.

그 중에 한 명은 일반적인 RT가 아니라 인용알티2를 하더니 단순하게 “ㅋㅋㅋㅋㅋ”만 적어놔서 뭔가 수상하다 싶어 프로필을 봤더니 당당하게 LGBTphobic3이라고 적혀 있었다. 기분이 이상해서 좀 둘러보니 프랑스인인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그 트윗을 가지고 자기 친구랑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프랑스어를 읽을 줄은 모르지만 대충 보면 상황은 파악이 된다. 번역기를 동원해서 해석을 해 보니 이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A: 뭐라고 하는 거야?
B: 트랜스젠더 티인데 성별이 남/여밖에 없는 거 따지고 있음
A: 그게 어쨌는데?
B: 몰라, 그게 그(남성형)에게는 트리거가 됐나보지(비웃음)
A: 그(남성형)? (내 사진은 누가 봐도 여성형이다)
B: 그새끼가 공(남성 생식기를 뜻하는 비속어)을 가지고 있을 지 내가 어떻게 알아
A: 공..?

A는 그 친구고 B는 리트윗 한 사람이다. 그냥 리트윗 하고 재밌어하고 넘겼으면 될 일인데 전형적인 포비아의 발언이었고 한국에서 봤던 포비아들이랑 하는 짓이 정확하게 똑같아서 놀랐다.

나는 저 티셔츠 사이트에서 남성/여성만 제공한다고 따진 게 아니다. 티셔츠엔 여성용과 남성용이 따로 제작되고 그걸 저렇게 쓰지 않을 방법이 딱히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아닌 건 아닌게 남자옷이 더 잘 어울리는 여자도 있고 그 반대도 있으며 성 고정관념에 같히게 되는 원인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남자옷, 여자옷을 구분하는 문화 자체가 사라져야 하며 그냥 타입A, B라고 부르는 세상이 와야 한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회사들을 보면 그런식으로 된 사이트들도 굉장히 많으니 보고 배우면 된다.

생식기를 가지고 남을 판별하는 건 트랜스젠더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다. Shemale, Hefemale4이라는 단어들도 그런 단어들이니 본인들이 아니면 웬만하면 쓰면 안 된다. 생식기를 가지고 성별을 말하는 건 트랜스젠더를 제외한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는 말들인데 페니스의 존재가 남성을 상징하는 거라면 MtF 트랜스젠더도 상처를 입고 사고로 생식기를 잃은 사람에게도 큰 실례다. “자궁이 없으면 말하지 말라”와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자궁 절제술을 받은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아무튼 오늘 일로 인해서 안 그래도 동성애 혐오적인 문화로 알려진 프랑스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이 안좋아졌고 앞으로 이걸 깨는 프랑스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프랑스인에게는 경계를 하면서 다가가게 될 것이다. 예전에 일본인은 아예 대놓고 나에게 혐오발언을 메시지로 보낸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 한국보다 더 자유롭게 다녔던 경험 덕분에 일본은 좋은 인식이다.

GLAT(Lesba, Gaja, Ambaŭseksema, Transseksa) fobio (eo)
LGBT phobia (en)
LGBT 혐오자 (ko)

  1. 사이즈를 고르는 건줄 알았으나 사이즈는 밑에 있는 걸 봐서 티셔츠의 모양새를 말하는 것 같다. 참고로 다른 사이트에는 Male, Female이 아니라 Woman’s scoop, Hood, Unisex 등의 다양한 옵션이 있다. 

  2. 페이스북의 공유 기능과 비슷하게 글을 공유하는 동시에 자신이 글을 덧붙일 수 있다. 해당 트윗의 링크만 적으면 되는데 원본 트윗 작성자에게도 알림이 간다. 

  3.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혐오자. 

  4. Shemale: 페니스가 달린 여성, Hefemale: 질이 있는 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