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다 보면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들이지만 의도치 않게 남들의 아픈 곳을 찌르는 그런 말들이 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없는 사람에게 “넌 부모가 없어서 ~한가보다”라는 말을 하면 굉장히 실례가 된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를 한다. 누구가 부모가 없어질 위기는 있고 꽤나 보편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만 있는 게 아니라 모르는 사람은 이유를 평생 모를 상황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면 굉장히 실례가 되는 그런 말들을 나열할테니 이런 말들은 쓰지 말자. 이런 말 안 한다고 대화를 못 하는 건 아니다.

나는 남자/여자라서 여자/남자 좋아해

당신이 남자를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하는 건 남성애자/여성애자이기 때문이지 본인의 성별이 남성이거나 여성인 게 절대 아니다. 이성애자가 다수인 건 통계적으로 이미 확실하긴 하지만 저런 말을 들었을 때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은 “그럼 나는 남자/여자도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기분나쁨으로 생각이 가득차게 된다. 이해가 안 간다면 “축구를 좋아하지 않으면 남자도 아니야”라는 말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음부터는 불필요한 가시를 빼고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남자/여자를 좋아해. (쟤한테는 관심 없어)1

너는 남자친구/여자친구 있어?

이런 걸 물어보는 것 자체도 조심스러워야 하지만 이것 역시 몇몇 사람에게는 가시가 되어 온몸을 찌를 수 있다.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굉장히 당황스럽고 평소에도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뭐라고 답해야 할 지 생각하며 다니기도 한다. 애인은 있으니까 그냥 있다고 할 지, 거짓말은 치기 싫으니까 그냥 없다고 할 지, 아니면 이 기회에 정확하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고쳐서 대답을 할 지. 이게 굉장한 스트레스가 된다. 굳이 이런 걸 물어봐야 한다면 다르게 물어보자.

혹시 애인 있어요?

너는 (남자/여자)라서/뚱뚱해서/키가 커서 이런 거 안 어울려

신체적 특징 때문에 잘 안 어울리고 입기 어려운 옷이나 소지품 같은 게 분명 있기는 하다. 물론 본인이 좋다면야 40대 아저씨가 뽀로로 폰케이스를 끼든 뭘 하든 남들은 그냥 가만히 닥치고 있어 주는 게 예의다. 하지만 그 사람이 같이 골라달라고 해서 그 자리에 있는 거라면 “그건 좀 아니야…”라는 의미의 말을 해야만 할 때가 분명 있다. 대부분 당신을 데리고 온 이유는 그 단점을 나도 이미 알고, 그걸 보완할 수 있을까 싶어서 데려 온 거다. 그럴 땐 “조언을 해 줘도 난리야”라고 생각하기 전에 이렇게 바꿔서 말해보자.

너는 남자/여자라서 어깨가 커서/키가 커서/굴곡이 도드라져서 이런 옷은 안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것보다는 ~한게 너한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그건 좀 ~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아?)

뭐가 되든 “그건 내가 보기엔 좀 아니지만 니가 좋다면야 뭐”라는 마음을 가지면 쉽다.


이런 말들을 당사자에게 직접 하는 것만 피해가 가는 게 아니다. 애초에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같은 자리에 있다가 다른 사람과 전화통화 할 때 저런 말을 쓰는 걸 듣고 혼자 아파하기도 한다. 처음에 말했듯이 모르는 사람은 평생 그게 왜 아픈지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나도 예전엔 모르고 그런 말들을 많이 한 적도 있다. 이건 우리 모두가 고쳐나가야 할 점이고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을 때 “그런 말은 쓰면 안 돼”라고 한 마디 해 줄 용기가 필요하다.

Frazoj kioj estas malkonvenaj. (eo)
Sentences which is inappropriate. (en)
적절하지 않은 문장들. (ko)

  1. 이런 말을 하게 되는 상황은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