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소한 걸로 우울해지는 일이 많다. 이성적으로는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을 인지도 하고 예상도 충분히 하고 있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우울해지고 죽고 싶어지고 그 감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몇몇 경우는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의 원인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원인이긴 하지만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고 이럴 때의 우울함은 해결하기 더 난감하다.

내 실수로 물건을 부셨다면 나를 원망하면 되고 길가의 돌에 걸려 넘어져서 피가 난다면 그 돌에게 욕을 해도 되고 돌을 깨뜨려 부셔버려도 되지만 다른 사람의 잘못 아닌 원인으로 우울해지면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 사람 잘못도 아닌데 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면 나만 쓰레기가 될 뿐이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유 없는 우울증이었지만 요즘은 고민이 많아져서 그런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야 할 일들이 트리거로 작동해서 우울해진다. 차라리 이유가 없으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믿고 그냥 우울함에 빠져 있으면 되는데 사소하게나마 이유가 있으니 그 이유에 매달려서 너무 고통스럽다. 핸드폰 잠금이 잘 안 풀려도 우울하고 손목시계 배터리를 충전해야 될 때도 우울하고 머리가 자라나서 탈색한 부분과 심하게 차이가 나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에도 우울하다. 분명 조금 슬픈 일들이기는 해도 이걸로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해지는 건 이해도 가지 않는다.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우울하다는 사실도 우울함의 원인이 된다. 미치겠다.

이번 방학엔 일본 여행을 가고 싶었다. 나이를 한 살만 더 먹어도 국가에서 출국을 허가받지 않으면 여행도 못 가게 막아버리고 이번이 아마 마지막 기회일 것 같은 느낌이 확 든다. 같이 가기로 했던 두 명 모두 시간이나 여건이 안 된다고 같이 가지 못 한다고 했다. 중학생 때부터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다들 나를 싫어해서 안 만나고 피하려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게 착각이 아닐거라는 생각도 든다. 다들 그런 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게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나는 절대 모른다. 아무튼 이런 상황도 싫다. 다들 나만 빼놓고 서로 만나서 즐겁게 놀고선 다음날 “너도 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말을 듣는 게 벌써 몇 년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 죽을 수 있는 스위치나 버튼이 있으면 눌러버리고 싶지만 죽는다는 건 그보다 훨씬 더 힘든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 우울증은 그 죽을 의지마저 들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병이다. 결국 죽지 못하니 어떻게든 살아야겠고 우울한 상태로는 아무 것도 못하니 이렇게 글이라도 쓰는 것이다. 이 시간에 이런 걸 털어놓고 말 할 친구도 딱히 없고 또 막상 누군가가 다 들어 줄테니 말하라고 하면 말이 안 나오는 법이다. 글로 다 풀어버리니 마음이 조금 풀리긴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글을 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