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꿈을 꾼다. 예전엔 남들처럼 꿈 안에서 달리기도 느리고 누군가를 때릴 수도 없는 답답함을 느꼈지만 어느 정도 연습을 해서 남을 때릴 수도 있고 좀 특이한 방법을 써서 하늘을 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귀신이 쫒아 온다던가 강도가 쫒아오는 등의 악몽은 꾸지 않는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방법이 좀 특이한데 숨을 들이마시고 참으면 그만큼 공중으로 뜬다. 그래서 한동안은 누군가가 쫒아와서 숨을 한참 들이마신 채로 숨을 참아야 하는 식으로 악몽을 꾼 적도 있다. 요즘은 파쿠르를 꿈에서 할 수 있게 됐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공중에서 몸을 돌리는 등의 동작은 슬로모션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걸로 인해서 도망가는 것도 쉬워졌고 악몽은 안 꾸는 듯 했다.

요즘은 수치심을 느끼는 악몽을 꾼다. 현실에서 느끼는 공포가 반영이 된 듯 한데 화장실에 간 상태로 옷이 전부 벗겨진다든지 아무도 없는 목욕탕(왠지 모르겠는데 화장실 겸용이다)에 들어가서 그나마 마음 편하게 있다가 누군가가 들어와서 숨는다든지 하는 꿈이다. 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믿어버리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생식기가 바뀐 적이 없었다. 화장실이나 목욕탕에 못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이건데 꿈에선 왠지 이미 그 상태로 화장실이나 목욕탕에 들어 간 상태고 누군가 들어오니까 어떻게든 숨든가 탈출하든가 해야겠고.

아마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화장실 문제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이런 꿈을 꾸는 것 같다. 학교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가고 싶은 화장실에 가면 되는데 한 번 일이 터진 후로는 어딜 가든 불안하고 내 집이 아니면 화장실도 못 가겠고 불안해서 밖에 돌아다닐 수가 없다. 이 고통을 꿈에서까지 겪어야 한다는 게 힘들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꿈 안에서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몸으로 돌아다니고 싶다.